금값 시세 20% 폭락, 지금이 매수 기회?…전문가들 “중장기적으론 오른다”

국제 금값, 차익 실현 매물 쏟아지며 12년 만에 최대 낙폭인 5.7% 급락

국내 금 시세, ‘김치 프리미엄’ 해소 국면에 접어들며 일주일 새 20% 가까이 폭락

단기 조정 vs 장기 약세 전망 엇갈리는 가운데, 다수 전문가는 중장기적 상승에 무게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고공행진하던 금값이 급락세로 돌아섰다.

국제 금 시세가 12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그간 과열 양상을 보이던 국내 금값은 일주일 만에 20% 가까이 폭락하며 투자자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이번 하락이 단기 과열에 따른 건강한 조정인지, 혹은 본격적인 장기 약세의 신호탄인지를 두고 치열한 분석이 오가고 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순금(99.99%) 1g당 가격은 19만 원대 초반에 거래되며 4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는 지난 10월 15일 기록했던 장중 고점(23만 920원) 대비 약 19% 급락한 수치다.

특히 국내 금 시세의 하락 폭이 국제 시세보다 훨씬 큰데, 이는 그동안 과도하게 형성됐던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이 한국거래소의 경고 이후 빠르게 해소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제 금 시장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현지시간 21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2월물 금 선물 가격은 하루 만에 5.74%나 폭락하며 트로이온스당 4,109.1달러로 마감했다.

이는 2013년 이후 12년 만의 최대 낙폭이다. 올해 들어 약 60% 가까이 급등하며 주요 자산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던 금값이기에, 이번 급락은 누적된 고점 부담과 투자자들의 대규모 차익 실현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진 결과로 분석된다.

증권가는 이번 금값 급락의 배경으로 여러 복합적인 요인을 지목한다.

iM투자증권의 박상현 연구원은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우려로 경제지표 발표가 지연되면서 투자 불확실성이 커졌고, 주요 금 수요처인 인도가 디왈리 연휴로 휴장하며 유동성이 부족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최근 엔화 약세에 따른 달러 강세 역시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값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단기적 충격에 일부 투자은행은 추가 조정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씨티그룹은 최근 보고서에서 금값이 화폐가치 하락이라는 서사를 앞질러 과도하게 상승한 측면이 있다며, 투자 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단기적으로 트로이온스당 4,000달러 선까지 추가 조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전문가는 금값의 중장기적인 상승 추세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결국 금리 인하 사이클에 돌입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가장 큰 이유다. 금리 인하는 실질금리를 하락시켜 이자가 없는 자산인 금의 매력도를 높인다.

KB증권의 오재영 연구원은 “미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 기대와 금 상장지수펀드(ETF)로의 자금 유입, 중국을 중심으로 한 각국 중앙은행의 꾸준한 금 매입세가 계속되고 있어 금 가격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처럼 금 시세가 높은 변동성을 보이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금의 특성을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금은 투자 목적의 순금(24K, 순도 99.9%)과 장신구용 합금(18K, 순도 75%)으로 나뉜다. 순금은 무른 특성상 투자용 골드바 형태로 거래되는 반면, 18K나 14K는 내구성을 높여 주얼리에 사용된다. 투자 목적이라면 당연히 순금을 선택해야 한다.

또한 금 현물 거래 시에는 ‘스프레드’ 즉, 살 때와 팔 때의 가격 차이를 반드시 인지해야 한다.

금은방이나 은행에서 금을 살 때의 가격에는 부가가치세(10%)와 가공비, 유통 마진 등이 포함되어 있어 팔 때의 가격보다 통상 15% 이상 비싸다. 따라서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금 현물 투자는 이 스프레드 때문에 수익을 내기 매우 어려운 구조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최근 금값의 급격한 하락은 그동안의 가파른 상승에 따른 일시적 조정이라는 분석과 장기 약세의 시작이라는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국의 통화정책 전환 가능성과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각국 중앙은행의 수요 등을 근거로 장기적인 금값 강세 전망에 여전히 무게를 두고 있다.

따라서 단기적인 가격 변동에 휩쓸리기보다는, 전체 자산의 일부를 금에 배분하는 장기적인 포트폴리오 안정화 관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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