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0일부터 종신보험의 사망보험금 연금 선지급 제도 시행
만 55세 이상, 보험료 완납 등 조건 충족 시 최대 90%까지 유동화 가능
평균 수령액은 월 6~13만원 수준으로 예상, 실효성 논란과 기대 교차

‘죽어야만 받을 수 있던’ 종신보험의 사망보험금을 살아있을 때 노후 생활비로 미리 당겨 쓸 수 있는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가 오는 10월 30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어서는 초고령화 사회 진입과 함께, 은퇴 후 국민연금 수령 전까지의 소득 공백, 이른바 ‘소득 절벽’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잘 만들었다’고 칭찬할 만큼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예상보다 낮은 평균 수령액에 실효성 논란도 함께 제기되는 상황이다.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는 기존 종신보험 가입자가 자신의 사망보험금을 담보로, 살아있는 동안 연금 형태로 미리 지급받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이는 가입자가 사망한 후에야 유가족에게 지급되던 전통적인 보험금의 패러다임을 전환해, 가입자 본인의 노후 소득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제도가 연금전환 특약이 없는 과거의 종신보험 계약에도 일괄적으로 적용되어, 고령층의 잠자고 있는 자산을 실질적인 노후 소득 보장 수단으로 만들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제도를 이용하기 위한 자격 조건은 명확하게 정해져 있다. 우선 신청 연령은 기존 65세에서 만 55세 이상으로 확대되어 더 이른 시점부터 노후를 대비할 수 있게 됐다.
대상 상품은 가입한 종신보험의 사망보험금 액수가 9억원 이하인 ‘금리 확정형’ 상품에 한정된다. 변액종신보험이나 금리연동형종신보험 등은 제외된다. 또한, 보험 계약 기간과 보험료 납입 기간이 모두 10년을 넘겨야 하고, 신청 시점에 보험료를 완납한 상태여야 한다.
이 외에도 신청 시점에 보험 계약 대출 잔액이 없어야 하며, 계약자와 피보험자가 동일인이어야 신청할 수 있다. 이러한 조건을 모두 충족하면, 가입자는 사망보험금의 최대 90%까지를 연금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금융위원회가 제시한 예시에 따르면, 40세 여성이 사망보험금 1억원(예정 이율 7.5%) 보장 상품에 가입한 후, 55세부터 20년간 연금을 수령하면 월평균 12만 7,000원을 받게 된다.
연금 개시 연령을 늦출수록 수령액은 늘어나, 65세에 시작하면 월 18만 9,000원, 75세에 시작하면 월 25만 3,000원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연금의 재원이 사망보험금 자체가 아닌, 그동안 쌓인 ‘해지환급금’을 기준으로 산정되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더 많이 쌓인 재원을 바탕으로 더 많은 연금을 지급받는 구조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예시일 뿐, 실제 평균 가입 금액을 기준으로 하면 수령액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보험업계 분석에 따르면, 사망보험금 유동화 대상 계약의 1인당 평균 가입금액은 약 4,664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평균적인 가입자가 20년간 받을 수 있는 연금액은 월 6만~13만원에 그쳐 노후 생활비로 활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보험업계 관계자는 “가입 금액이 낮은 경우 유동화를 신청하지 않는 것이 더 유리할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소비자가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지원 장치를 마련했다. 제도 시행 초기에는 고객센터나 영업점을 통한 대면 신청만 가능하게 하여 충분한 설명을 제공하고, 신청 전에 유동화 비율과 기간에 따른 지급액 비교 결과표를 제공하여 소비자가 직접 득실을 따져볼 수 있게 한다.
또한, 일단 신청하더라도 필요에 따라 유동화를 중단하거나 조기 종료한 후, 상황이 바뀌면 다시 신청할 수 있는 유연성도 부여했다. 지급 방식 역시 초기에는 12개월치를 한 번에 받는 ‘연 지급형’으로 운영되지만, 2026년부터는 ‘월 지급형’도 선택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1차적으로 제도를 시행하는 곳은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신한라이프, KB라이프 등 5개 생명보험사이며, 내년 1월 2일까지 전체 생명보험사로 확대될 예정이다.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는 노후 소득원을 다각화할 수 있는 새로운 선택지라는 점에서 분명 의미가 있다. 하지만 월 수령액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고, 본래 목적인 유가족 보장 기능이 약화된다는 점을 명확히 인지하고 신중하게 결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댓글 쓰기
댓글을 달기 위해서는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