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26년부터 모든 사업장 대상 퇴직연금 도입 단계적 의무화
퇴직급여 수급 자격 근속기간 1년에서 3개월 이상으로 완화
낮은 수익률 개선 위해 전문 운용 기관(기금형) 도입 방안 본격 논의

정부가 근로자의 안정적인 노후 소득 보장을 위해 퇴직급여 제도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을 추진한다. 현재 사업장 선택에 맡겨진 퇴직금 제도를 2026년부터 모든 사업장이 의무적으로 퇴직연금을 도입하도록 전환하고, 장기적으로는 퇴직연금으로 제도를 단일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근로자의 퇴직급여 안정성을 높이고 실질적인 노후 자산으로 기능하도록 만들기 위한 중요한 정책 변화다.
먼저 퇴직연금 제도가 무엇인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퇴직금 제도는 회사가 장부상으로만 퇴직금을 적립해두다 근로자 퇴사 시 지급하는 방식이다.
반면, 퇴직연금 제도는 회사가 근로자의 퇴직급여를 은행이나 증권사 등 외부 금융기관에 개설된 근로자 명의의 계좌에 매년 적립하는 제도다. 이 방식은 회사가 경영난을 겪거나 파산하더라도 근로자의 퇴직급여가 안전하게 보호된다는 가장 큰 장점이 있다.

이번 퇴직연금 의무화는 바로 이러한 지급 안정성을 모든 근로자에게 보장하기 위한 조치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퇴직금은 임금체불 전체 규모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만큼 체불 사고가 빈번했다.
또한, 퇴직 시 일시금으로 수령한 퇴직금이 주택 구매, 사업 자금, 자녀 결혼 등으로 조기 소진되어 정작 노후 대비책으로는 이어지지 못하는 한계가 꾸준히 지적되어 왔다. 퇴직연금 의무화는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정부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정부는 기업의 재정적 부담과 제도 적응 기간을 고려하여 사업장 규모에 따라 퇴직연금 의무화를 단계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2026년 하반기 300인 이상 기업을 시작으로, 2027년 100인 이상 299인 이하, 2028년 30인 이상 99인 이하, 2029년 5인 이상 29인 이하, 그리고 2030년 이후에는 5인 미만 영세 사업장까지 순차적으로 확대 적용된다. 현재 30인 미만 사업장의 퇴직연금 도입률은 23.7%에 불과해, 이번 의무화를 통해 영세 사업장 근로자의 노후 소득 기반이 크게 강화될 전망이다.

아울러, 퇴직급여를 받을 수 있는 최소 근속기간도 기존 ‘1년 이상’에서 ‘3개월 이상’으로 대폭 완화될 예정이다. 관련 법 개정이 완료되면 아르바이트, 계약직 등 단기 근로자도 3개월 이상만 근무하면 퇴직급여를 보장받게 된다. 이는 고용 형태에 따른 노후 소득 격차를 줄이고, 단기 근로자를 사회적 안전망 안으로 편입시키는 중요한 변화로 평가된다.
많은 근로자가 가장 궁금해하는 ‘퇴직금 일시금 수령 제한’ 문제에 대해, 정부는 연금 수령을 강제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제도 개편의 기본 방향은 퇴직급여를 개인형 퇴직연금(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로 이전해 55세 이후 연금 형태로 수령하도록 유도하는 것이지만, 주택 구입이나 사업 자금 등 목돈이 필요한 경우를 고려해 근로자가 원하면 기존처럼 일시금으로 수령할 선택권은 유지된다. 다만, 정부는 연금으로 수령할 경우 퇴직소득세를 30~40% 감면해주는 등 강력한 세제 혜택을 제공하여 자발적인 연금 전환을 장려할 방침이다.

한편,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어 온 낮은 수익률을 개선하기 위한 논의도 본격화된다. 현재 퇴직연금의 연평균 수익률은 2%대에 머물러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실질 가치가 하락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는 대부분의 자산이 원리금보장상품 위주로 보수적으로 운용되기 때문이다.
이에 노사정은 최근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 도입을 핵심 의제로 다루기 시작했다. 이는 별도의 기금 운용 전문 기관(공공 또는 민간)을 설립해 전문가 집단이 자산을 체계적으로 운용함으로써 수익률을 끌어올리려는 시도다.
근로자는 퇴직연금 의무화 이후에도 자신의 투자 성향과 목적에 따라 운용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안정성을 중시하고 임금상승률이 높다면 회사가 운용을 책임지고 정해진 금액을 보장하는 확정급여형(확정급여형DB)이 유리하다.
반면, 투자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적극적인 운용을 통해 추가 수익을 기대한다면 근로자 본인이 직접 금융상품을 선택해 운용하는 확정기여형(확정기여형DC)을 고려해볼 수 있다.
정부의 퇴직연금 의무화 정책은 모든 근로자의 노후를 더욱 두텁게 보장하기 위한 중대한 개혁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퇴직연금 의무화와 기금형 제도 도입은 노동시장 격차가 노후 소득 격차로 확대되는 것을 막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는 중소기업 부담 완화 방안과 기금 운용의 투명성·수익성 확보라는 과제가 남아있는 만큼, 제도의 변화를 주시하고 자신의 소중한 퇴직자산을 어떻게 관리할지 미리 고민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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