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국경세’가 내 지갑에 미치는 영향…2026년 철강·알루미늄 가격 오른다

2026년부터 유럽연합(EU)가 철강, 알루미늄 등 수입품에 ‘탄소국경세(CBAM)’ 본격 부과

자동차, 가전, 건설 자재 등 관련 제품 소비자 가격 인상 전망

‘탄소국경세’는 EU를 시작으로 미국 등 주요국으로 확산될 가능성 높아

2026년부터 유럽연합(EU)이 본격적으로 시행하는 ‘탄소국경세’가 국내 수출 기업을 넘어 우리 실생활 물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탄소국경세, 즉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EU로 수입되는 제품 중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많은 품목에 추가적인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다. 당장은 철강, 알루미늄 등 6개 산업재에 국한되지만, 이는 결국 자동차, 가전제품, 건설 등 전방산업의 원가 상승으로 이어져 최종 소비재 가격 인상이라는 나비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탄소국경세의 도입 배경에는 ‘탄소 누출(Carbon Leakage)’ 방지라는 명분이 있다. EU는 역내 기업에 엄격한 탄소 배출 규제를 적용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생산 비용이 상승한 기업들이 규제가 느슨한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거나,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는 현상이 발생한다.

EU는 탄소국경세를 통해 수입품에도 EU산 제품과 동등한 탄소 비용을 물리겠다는 것이다. 2023년 10월부터 보고 의무만 있는 전환기간을 거쳐, 2026년 1월 1일부터는 실제 비용을 지불하는 전면 시행 단계에 돌입한다.

2026년부터 EU로 특정 품목을 수출하는 기업은 해당 상품 생산 시 배출된 탄소량에 상응하는 ‘CBAM 인증서’를 구매하여 제출해야 한다. 인증서 가격은 EU 배출권거래제(ETS) 시세와 연동되는데, 탄소배출권 가격이 톤당 70유로일 경우 수입 가격의 약 12%에 달하는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이로 인해 한국 철강업계가 부담해야 할 비용만 연간 851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주요 철강·알루미늄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게 된다.

기업의 비용 증가는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탄소국경세의 직접적인 부과 대상은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전력, 수소 등 6개 품목이지만, 이들 소재는 우리 생활과 밀접한 최종 소비재를 만드는 데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 차체와 가전제품의 외장재는 철강과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지며, 아파트 등 건축물에는 막대한 양의 시멘트와 철근이 사용된다.

철강재와 알루미늄의 가격이 오르면, 이를 원자재로 사용하는 국내 자동차 제조사나 가전업체, 건설사들의 생산 원가도 동반 상승한다. 기업들은 상승한 원가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최종 제품의 판매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새로 구매하려는 자동차나 냉장고의 가격이 오르고, 아파트 분양가나 건축비가 상승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은행은 EU와 미국이 톤당 50달러의 탄소국경세를 부과할 경우, 한국의 총수출액이 연간 약 71억 달러(약 8조원)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는데, 이는 개별 기업의 문제를 넘어 국가 경제 전반의 부담으로 작용함을 의미한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EU에만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 역시 유사한 형태의 탄소 관세 도입을 검토하고 있으며, 캐나다,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도 동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탄소국경세가 일부 지역의 무역 규제를 넘어, 전 세계적인 ‘녹색 무역 규범’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만약 전 세계적으로 탄소에 가격을 매기는 시대가 도래한다면, 이는 장기적으로 ‘저탄소 제품’과 ‘고탄소 제품’의 가격이 차별화되는 새로운 소비 패턴을 만들어낼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기업들이 저탄소 생산 기술에 투자하고 정부가 이를 지원하면서 비용 상승 압력이 일부 상쇄될 수 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생산 비용 증가에 따른 물가 상승이 불가피해 보인다.

2026년부터 본격화될 탄소국경세는 더 이상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의 소비 생활과 직결된 새로운 경제 변수로서, 그 영향을 예의주시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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