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2090년까지 고갈 걱정 끝? ‘200조 수익’의 놀라운 진실

국민연금, 연간 200조 원 넘는 사상 최대 운용 수익 기록

국민연금 고갈 시점 기존 2057년에서 2090년으로 33년 늦춰질 것으로 전망

국내 증시 급등과 주식 비중 50% 이상 확대 투자의 결과, 섣부른 낙관론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고갈’, ‘적자’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던 국민연금이 2025년 한 해에만 200조 원이 넘는 수익을 거두며 세계 연기금 역사에 전례 없는 기록을 세웠다.

이는 불과 10개월 만에 전체 운용 자산을 1,212조 원에서 1,400조 원 이상으로 불린 결과로, 연간 누적 수익률은 20%를 훌쩍 넘어섰다. 이러한 경이적인 성과에 힘입어, 기존 2057년으로 예측됐던 국민연금 기금 고갈 시점이 최대 2090년까지 연장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이 제기되면서 연금 개혁 논의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이번 ‘200조 대박’의 가장 큰 동력은 국내 증시의 이례적인 초강세였다. 특히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가 코스피 상승을 이끌면서,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부문 수익률은 60%를 상회하며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국내 주식 수익률이 -0.87%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극적인 반전이다.

여기에 더해 미국 기술주 중심의 해외 주식과 채권, 대체투자 자산군도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록하며 포트폴리오의 균형을 맞췄다.

이러한 성과는 국민연금의 투자 전략 변화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국민연금은 2025년 6월 말 기준, 전체 적립금의 50.1%를 주식에 투자하며 사상 처음으로 주식 비중을 50% 이상으로 확대했다.

10년 전인 2015년 말, 채권 비중이 56.6%에 달하고 주식 비중은 32.2%에 불과했던 안정성 위주의 포트폴리오에서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공격적인 전략으로 완전히 전환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전략적 변화가 국내 증시 활황과 맞물려 ‘역대급 수익’이라는 결과로 이어진 셈이다.

이처럼 높은 수익률은 국민연금의 재정 전망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왔다. 기존 보건복지부의 제5차 재정추계는 연평균 운용 수익률을 4.5%로 가정하여 2057년에 기금이 소진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예산정책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만약 연평균 수익률을 6.5%로 유지할 경우 기금 고갈 시점은 2090년으로 33년이나 늦춰지고, 재정수지 적자 전환 시점 역시 2041년에서 2070년으로 연장될 수 있다.

올해 국민연금이 벌어들인 200조 원은 전체 가입자의 연간 보험료 납부액인 약 62조 원의 세 배가 넘는 규모로, 이는 보험료 인상 없이도 기금 운용만으로 연금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러한 분석에 대해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금운용 개선 등 노력을 통해 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개선할 수 있다”며 “연금 전망을 부정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안정성과 수익성을 조화롭게 추구하며 제도 개선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즉, 보험료율 인상과 소득대체율 조정 등 국민적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모수 개혁’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기금 운용 수익률을 높이는 ‘구조 개혁’이 더 시급하고 효과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하지만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번 성과가 국민연금의 자체적인 운용 능력보다는 국내 증시 급등이라는 외부 환경에 크게 의존한 ‘반사 이익’이라는 지적이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연금의 제1원칙은 수익성”이라며 “국내 증시 부양을 위해 인위적으로 투자 비중을 높여서는 안 되며, 전 세계 시장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곳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원칙론을 제기했다. 일시적인 고수익에 취해 연금 구조 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경고다.

결론적으로, 국민연금의 200조 원 수익 달성은 기금 운용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 역사적인 사건이다. 이는 국민의 노후를 책임질 연금 재정이 단순히 가입자가 내는 보험료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적인 기금 운용을 통해 스스로 몸집을 불려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하지만 지금의 성과가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도록 운용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제 국민들도 ‘더 내고 덜 받는’ 고통스러운 개혁 논의를 넘어, ‘내 돈이 어떻게 불어나고 있는가’에 대한 감시와 관심을 높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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