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AI 반도체 랠리에 힘입어 코스피 5000 시대 전망, 일부는 6000선까지 제시
그러나 11월 변동률 연중 최고치 기록, ‘큰손’ 국민연금의 주식 매수 한도 소진 등 불안 요인 부상
전문가들 “기업 밸류업, 정책 신뢰가 뒷받침되어야 지속 가능한 상승 가능”

‘꿈의 지수’로 불리던 코스피 5000 시대에 대한 기대감이 연일 뜨겁다. 인공지능(AI)이 이끄는 반도체 슈퍼 사이클과 정부의 강력한 증시 부양 의지에 힘입어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잇따라 내년 코스피 목표치로 5000을 제시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 이면에는 살얼음판 같은 변동성 장세와 국내 증시의 가장 큰손인 국민연금의 투자 한도 소진이라는 복병이 숨어 있어, ‘코스피 5000’이 현실이 되기 위한 조건과 그 의미를 냉철하게 짚어볼 필요가 있다.
증권가가 코스피 5000을 자신하는 가장 큰 근거는 단연 반도체다. 글로벌 AI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에 따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이 내년에 역대급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한국 증시의 고질적인 저평가,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추진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상법 개정 등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이 더해지며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KB증권은 “40년 만의 강세장이 도래했다”며 내년 코스피 목표치로 5000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체감은 다르다. 11월 들어 코스피는 하루에도 100포인트 이상 급등락을 반복하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코스피의 일간 평균 변동률은 2.36%로, 올해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미국에서 촉발된 AI 관련주 고평가 논란과 외국인 투자자들의 대규모 순매도가 겹치며 시장의 불안 심리가 극에 달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증권가에서는 이러한 단기 변동성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지만, 건전한 조정 기간을 거친 후 다시 상승 추세로 복귀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수급이다. 그동안 국내 증시를 든든하게 받쳐주던 ‘최대 큰손’ 국민연금이 더 이상 주식을 사기 어려운 상황에 부닥쳤다. 코스피가 급등하면서 국민연금의 전체 자산 중 국내 주식 보유 비중이 자체 목표치(14.9%)와 허용 오차 범위(±3%)의 상단인 17.9%에 근접했기 때문이다. 이는 국민연금의 추가 매수 여력이 사실상 소진되었음을 의미하며, 자산 비중을 맞추기 위한 기계적인 매도 물량이 출회될 경우 시장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국민 개개인의 삶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코스피 5000 시대가 열린다는 것은 주식 투자자들에게는 자산 증식의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반면, 주식 시장의 활황은 자산 가치 상승으로 이어져 부동산 등 다른 자산 시장을 자극할 수도 있고, 주식 보유 여부에 따라 자산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자산 양극화’ 현상을 심화시킬 수도 있다.
또한, 증시 상승이 기업의 투자와 고용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실물 경제와 괴리된 ‘그들만의 잔치’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결국 전문가들은 코스피 5000이 지속 가능한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정부 정책의 신뢰 회복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기업들은 단순히 돈을 버는 것을 넘어, 자본 효율성(ROE)을 높이고 배당 확대나 자사주 매입 등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을 통해 시장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정부 역시 단기적인 증시 부양을 넘어, 시장 참여자들이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장기 투자할 수 있도록 일관된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시장과의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종합적으로 볼 때, 코스피 5000은 더 이상 막연한 꿈이 아닌 가시권에 들어온 목표가 되었다. 그러나 최근의 높은 변동성과 국민연금이라는 핵심 변수가 보여주듯, 그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다.
투자자들은 지수 자체의 등락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우리 기업들의 펀더멘털 개선 여부와 정부 정책의 일관성, 그리고 국민연금의 수급 전략 변화 등을 면밀히 살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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