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렴은 암, 심장질환에 이어 국내 사망 원인 3위의 치명적 질환
정부, 만 65세 이상 대상 폐렴구균 예방접종(23가 다당 백신) 1회 무료 접종 지원
더 강력한 예방 효과 위해 유료 백신 접종 후, 1년 뒤 무료 백신 맞는 ‘순차 접종’ 권장

환절기 단순 감기로 오인하기 쉽지만, 노년층에게는 생명을 위협하는 폐렴이 국내 3대 사망 원인으로 자리 잡으며 예방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폐렴은 암, 심장질환과 함께 한국인의 주요 사망 원인으로 꼽혔다. 이에 정부는 만 65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폐렴구균 예방접종을 무료 지원하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최상의 예방 효과를 위해 백신 종류에 따른 ‘접종 순서’를 지킬 것을 당부하고 있다.
폐렴은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폐에 침투해 염증을 일으키는 감염성 질환으로, 심한 기침, 고열, 가슴 통증 등을 동반한다. 특히 노년층의 경우 이러한 전형적인 증상 없이 식욕 저하나 기력 쇠약, 의식 저하 등 비전형적인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진단이 늦어지기 쉽다. 대전을지대학교병원 호흡기내과 류호준 교수는 “고령층에서 폐렴으로 인한 사망률은 60~80%에 달할 정도로 매우 치명적”이라며 “예방접종은 중증 폐렴과 균혈증, 뇌수막염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성인이 접종할 수 있는 폐렴구균 백신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하나는 국가가 만 65세 이상에게 무료로 지원하는 ’23가 다당 백신(PPSV23)’이고, 다른 하나는 10만 원대의 비용이 드는 ’13가 및 15가 단백접합 백신(PCV13, PCV15)’이다. 무료인 23가 백신은 23종의 다양한 폐렴구균을 예방해 방어 범위가 넓지만, 면역 효과 지속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다는 특징이 있다. 반면 유료인 13가와 15가 백신은 방어 범위는 좁지만, 우리 몸의 면역 체계를 더 강력하게 자극하여 한번 접종으로도 평생 지속되는 강력한 면역 기억을 형성한다.
이 때문에 의료계 전문가들은 두 백신의 장점을 모두 취하는 ‘순차 접종’을 최상의 시나리오로 권장한다. 면역력이 정상인 성인의 경우, 강력한 면역 기억을 만들어주는 13가 또는 15가 단백접합 백신(유료)을 먼저 맞는다. 그 후 최소 1년의 간격을 두고 방어 범위가 넓은 23가 다당 백신(무료)을 추가로 접종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순서를 지켜 접종하면, 좁지만 강력한 방어력과 넓지만 상대적으로 약한 방어력이 상호 보완되어 폐렴구균을 막는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폐렴구균 예방접종은 만 65세 이상 모든 어르신이 1차 권고 대상이다. 65세가 되는 해부터 신분증을 지참하여 가까운 보건소나 지정 위탁의료기관을 방문하면 주소지와 관계없이 무료로 23가 백신을 맞을 수 있다. 또한, 65세 미만이라도 만성 심부전, 만성 폐쇄성 폐질환, 당뇨, 만성 간질환 등을 앓고 있는 만성질환자나 면역저하자, 흡연자 등은 고위험군에 해당하므로 조기 접종이 적극 권장된다.
폐렴 예방접종은 한 개인의 건강 문제를 넘어, 가족 전체의 삶의 질과 연결된다. 부모님이 폐렴으로 입원할 경우, 간병으로 인한 경제적·시간적 부담은 고스란히 자녀에게 돌아온다. 단 한 번의 예방접종으로 막을 수 있었던 질병 때문에 온 가족이 고통받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만 65세가 된 부모님께 무료 접종 일정을 챙겨드리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효도가 될 수 있다.

한편, 독감 시즌을 앞두고 폐렴구균 백신과 독감 백신의 동시 접종 가능 여부에 대한 문의가 많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두 백신은 함께 맞아도 안전성과 효과에 문제가 없으며, 이 경우 양쪽 팔에 각각 나누어 접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단, 열이 나거나 급성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에는 회복된 후에 접종을 진행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폐렴은 더 이상 노화로 인한 자연스러운 질병이 아닌, 예방접종을 통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질환이다. 만 65세 이상이라면 국가에서 제공하는 무료 예방접종 혜택을 반드시 챙겨야 하며, 기저질환이 있거나 더 확실한 예방 효과를 원한다면 전문의와 상담하여 13가 또는 15가 백신과의 ‘순차 접종’ 계획을 세우는 것이 현명하다. 지금 바로 부모님의 주민등록상 생년월일을 확인하고, 가까운 병원에 접종 가능 여부를 문의해보는 것이 건강한 겨울나기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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